‘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파주 경모공원에 잠들다 -제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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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파주 경모공원에 잠들다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24화-

 

1998년 8월 중순경 파평면 출신인 서울대학교 국문학 이응백 교수와 이효석 작가의 맏딸이신 이나미 여사와 그분의 아들 조경서씨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

이응백 교수는 파주향우회와 내가 고양 군수로 있을 때 초청하여 한국문학에 대한 강연을 들은 인연이 있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인 이효석의 따님 이나미 여사가 이응백 교수와 함께 파주에 온 것은, 평창군에서 이효석 작가의 묘소가 1차로 영동고속도로 건설 당시 도로 부지에 저촉되어 평창군 용평면 장형리로 이장되었는데 2차로 영동고속도로 확장 시 또 도로부지에 저촉되어 또다시 이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평창군에서는 이효석 작가의 묘가 두 번이나 이장을 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효석 문화 축제는 하면서 하등의 관심이나 성의를 보이지를 않아 몹시 서운했던 데다가 이장 허가를 신청하니까 어디로 이장하는지도 묻지도 않고 바로 허가를 내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평창을 뜨라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에 평소 이효석 문학을 깊이 연구하시면서 친분이 있는 이응백 교수님과 협의 끝에 이응백 교수의 고향인 파주로 이장할 것을 결심하고 파주를 찾아오셨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나미 여사는 아버지 이효석 작가의 이장할 묘 터를 알선하여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이효석 선생이 경기도와 인연이 있는지 이북에 거주한 적이 있는지를 먼저 물었다.

이북5도민의 묘지인 경모공원이 생각이 나서였다. 이효석 선생은 경기도와 인연은 경기중학교를 다닌 것 이외는 없고 그의 부친 이시우의 고향이 함흥이고 이효석 작가는 평양대동공업전문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이북실향민들이 묻혀있는 경모공원으로 모시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좋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경모공원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 이야기를 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나미 여사는 고맙다는 인사와 더불어 1기는 좁으니 2기 정도면 더 좋겠다는 부탁을 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경모공원 이사장으로부터 가능하다는 확인 전화를 받았다. 바로 이응백 교수와 이나미 여사에게 전화로 묘 터가 확정되었다고 전했다. 그런 일이 있는지 몇 일후 모처럼 만에 고양시 일산에 주재하는 조선일보 팀장과 승인배(承仁培) 기자가 매운탕을 사달라고 찾아왔다.

잘 가는 곳이 어디냐 했더니 파평면 월곡리에 있는‘어부집’이 단골집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매운탕을 기다리면서 이효석 작가가 파주의 경모공원으로 모셔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신문에 나게 되면 평창군에서 야단날 테니 보도는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기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돌아가서는 이응백 교수와 이나미 여사에게 그 내용을 전화로 확인하고 박스 기사로 사회면에 보도 했다.

평창군에서는 그 기사를 보고 나서야 파주 경모공원으로 이효석 작가를 이장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이장을 못하도록 젊은 청년을 동원하여 묘지 진입로를 포클레인으로 막고 보초를 서게 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어서 이장 예정일에 맞추어 이장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나미 여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버지를 푸대접하는 평창군을 떠나겠다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며칠 후 한밤중에 야반도주하는 식으로 이효석 작가를 파주 경모공원으로 이장하여 파주에서 모셔 왔다.

지금 평창군의 이효석 문학 축제는 이효석 작가가 없는 메밀꽃 문학 축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나미 여사와 평창군수 그리고 평창군 유지 여러분들이 잘 협의하여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작가를 고향인 평창군으로 다시 모셔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효석 작가도 타향살이보다는 메밀꽃이 하얗게 피는 그리운 고향으로 아마 가시고 싶으실 것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 속에서 대표될 만한 문장을 여기에 실어 본다.

“ 길은 지금 긴 산 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당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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