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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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탕 이야기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58화-

가평 군수시절 매월 반상회에 부락을 순회하며 참석을 하였다. 참석하는 부락에는 주민과의 대화 시 간식을 준비하라고 3만 원씩을 미리 보냈다. 상면 어느 부락의 반상회에 참석했다가 많은 부락민과 화기애애한 반회를 마쳤다.

모처럼 군수가 왔다고 마을에 주요한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한 음식을 장만했다고 이장이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고 술상에 있는 매운탕 냄비 뚜껑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배 바닥이 빨간 개구리가 발을 쭉 뻗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처음 보는 나에게 설명을 하는데 이 만세탕은 아무에게나 대접하는 것도 아니고, 쉽게 구할 수도 없는 것이라 했다.

군수님이 오신다고 해서 깊은 계곡 하천의 가랑잎이나 돌 틈에서 월동하는 개구리를 잡아 매운탕을 끓이면서 산 채로 냄비에 넣기 때문에 만세를 부르듯 다리를 뻗고 있어서 이곳에서는 만세탕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주민들이 귀한 음식이라고 하는데 안 먹을 수도 없고 먹자니 도저히 씹어서 삼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주민의 성의를 보아 먹고 죽지는 않겠지 하고 눈을 감고 먹은 일이 있다.

또 한 번은 가평군의 늦은 가을 높은 산에 가려 해가 일찍 지는 토요일 오후 설악면 유명산에 자연보호를 직원과 같이 갔다. 자연보호가 끝나자 면장이 이장집에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하여 이장집에 들어갔다. 상 위에는 몇 가지 반찬과 흰 보자기가 덮여있는 쟁반이 있었다. 같이 갔던 몇 사람이 상 주위에 둘러앉자 상 위에 흰 보자기를 벗겼다. 기름에 튀긴 개구리가 뜨거워 웅크린 채 배에는 새까만 알이 튀어나와 있었다.

면장이 소주를 권하며 특별한 별미라고 자랑스럽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자연보호 하러 왔다가 보호하여야 할 동식물을 기름에 튀겨 술안주로 먹는다는 것, 더더군다나 월동을 하고 봄이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자연의 신비함을 함께할 알까지 튀겨 먹는다는 것이 씁쓸한 죄책감마저 들었다.

오늘은 차려놓은 것을 안 먹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월동하는 개구리 잡는 것을 철저히 단속하라고 했다. 면장 말에 의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적당히 쓰레기나 줍는 것이 자연보호라고 생각하고 월동하는 개구리를 잡아 모닥불 위에 던져 익혀 술안주로 먹는 맛 때문에 자연보호에 참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면장과 관계직원에게 철저히 단속하라고 했는데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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