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의 홍시 – 강석재

개심사의 홍시

닫힌 마음을 열게 한다는 천년고찰에 오른다

솔향기 솔바람 소리 가득한 경내에 서면
단아한 노송들의 자태가
부처의 자비를 쏱아 낸다

배롱나무 아래 연꽃 외나무다리에 서면
명경수면이 인간의 옥먕으로 가늘게 떤다

사천왕 부릅뜬 칼끝에 마음을 여미며
대웅전 큰부처께 엎드랴 기원 드린다

한 번 구부려 지난 죄를 고하고
두 번 구부려 남은 죄를 고하고
세번 구부려 욕심의 짐을 내려 놓고

삼천 배를 드린들 가납이나 하실까
내려 서는 돌걔단 섶엔
무심히 바라보던 주홍빛 홍시가
웃는다

– 임진강변의 상현달 중에서 / 강석재-

강석재- 파주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