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사진 – 고기석

오일 약재상 금촌 장날 좌판대 위에서 하루 왠종일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깊은 산에서 수행한 덕인지 발걸음 소리 만으로 건강상태를 알 수 있었다   심장이 아픈 사람 위장이 망가진 사람 마음이 상한 사람   안타까운 것은 나는 그들 상태를 아는데 그들은 나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가 있는 사진 4편 -고기석

꽃상여 묵은 해를 한 시각 남겨 두고 아흔번째의 고개를 넘으시다가 아버님의 발길이 멈춰섰다 자식들이 그 길을  걸으라는 걸까 일곱자식들은 꽃상여 메고 아버님이 가시던 길을 따라 나섰다 자식들의 짐을 혼자 지셨던 아버님의 짐 역시 결코 가볍지 않았다 큰 형이 앞에서 소리하면 동생들도 소리하며 따라 가야 한다 그 길이 아버님이 가르쳐준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