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에 세운 6.25 전쟁 50주년 기념비 -제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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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에 세운 6.25 전쟁 50주년 기념비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26화-

임진강은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강이다. 임진강의 발원은 함경북도 마식령산맥의‘두류산(頭流山, 1,324m)’에서 시작해, 남서방향으로 254㎞를 흘러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서 한강과 합류하여 강화도를 감돌아 황해로 흘러 들어간다.

임진강은 우리나라의 괴로움과 슬픈 역사를 품고 오늘도 묵묵히 흐른다. 1592년 임진왜란 때에는 선조왕의 비통한 몽진을 보았고, 1636년에는 병자호란의 주범인 청나라의 청태종이 건너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1950년 6.25 전쟁 때에는 피로 물든 시체가 떠내려가는 비극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기도 하고 언제나 그 비극의 현장 중심에 임진강은 있었다.

1사단장을 지낸 백선엽 장군은 6.25 전쟁 50주년을 맞이하여 후배 장교를 위관급(尉官級)과 영관급(領官級)으로 나누어 6.25 전쟁의 참상과 교훈을 1사단 후배장교에게 교육했다. 그 자리에서 백장군이 북한의 현대화 된 탱크에 대응해 재래식 무기로 처절하게 싸웠던 임진강 전투를 잊을 수가 없으니, 내년 6.25 전쟁 5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 좋겠다며 송영근 1사단장에게 지시했다. 그런데 건립 장소와 규모에 대한 말씀이 없었다. 1사단장은 건립에 자신이 없어 물어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1사단장은 내게 전화로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기념비 건립을 지원해 줄 것과 백선엽 장군이 영관급 장교들을 교육하러 오실 때 초청할 테니, 오찬을 같이 하면서 시장이 직접 건립 장소와 규모에 대해 백선엽 장군의 의견을 들어보면 좋겠다고 하였다.

며칠 후, 1사단에서 백선엽 장군을 만나 기념비 건립에 대한 말씀을 드렸다. 백선엽 장군은 장소와 규모는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통일로변 통일공원 정도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는“이왕이면 임진강 가까운 임진각 쪽이 좋을 것 같은데 시간이 있으시면 오늘 가셔서 장소를 지정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 길로 임진각에 도착해 한번 둘러본 백장군은“임진강변이면 어디든지 좋겠다.”고 하면서 돌아가셨다. 그리하여‘6.25 전쟁 50주년 기념비’건립 문제에 대한 책임이 내게 주어졌다. 시비로 부담할 수도 없고 건립비용이 얼마인지 예측한 적도 없으니 나만의 고민거리가 발생했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었다.

경기도 임창열 지사가 연말이라 1사단 위문을 오셨다. 사단장실에서 위문관계 업무를 마치고 나서 나는“지사님은 1사단 경리장교 출신이고 특별한 감회와 인연을 가지고 계시니, 1사단장을 좀 도와 달라”고 하였다. 그러면서‘6.25 전쟁 50주년 기념비’건립 이야기를 꺼냈다.

“기념비 건립비용이 얼마나 드는가?”

임창열 지사가 물었다.

적게 불러서 부족하게 되면 시비를 보태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풀려서 약 3억 원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임 지사는 검토를 해보겠다며 사단장실을 나와 차안에서 기획관리실장에게 전화로 파주시에 3억 원을 지원하고상세한 것은 파주시장과 상의할 것을 지시한 후에 귀청했다.

그 후에 기획관리실장의 전화가 와서 현재까지 진행된 이야기를 전했다. 기획관리실장은 지금, 도의 예산이 의회에서 통과되어 계수조정 중인데 그 큰 금액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것은 당신의 생각이고 지사님의 지시는 지시니까 알아서 하시오.”

나는 있는 그대로를 말했다.

어렵게 예산은 책정되었고 기념비의 조감도를 파주시 미술협회 조각분과 위원장에게 작성하여 15일 이내에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조감도 10개를 만들어 와서 국장들과 검토한 후, 그중의 하나를 선정 후 1사단장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받았다.

기념비 제작비용을 산출해 왔는데, 제작비 2억 3,000만 원과 주변 조경비용 7,000만 원을 합하여 총 3억 원이었다. 회계부서에서 이를 검토하여 계약하고 건립에 들어갔다. 현재, 임진각 아웅산 순직비 옆에 참으로 어려웠던 6.25 전쟁 50주년 기념비가 위용을 자랑하듯 우뚝 들어서 있다. 50주년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기둥이 세계 평화와 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한민족의 군상을 떠받들고 있다.

새 천년의 장(Ground for new Millenium)

본 작품은 비극적인 6.25 한국전쟁의 50주년을 맞아 분단 반세기의 한을 한민족의 화합과 세계 자유 평화의 이념을 승화시켜 새천년 통일 조국의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작품의 구성은 과거를 뜻하는 하단부와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상단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중앙은 사각의 검은색 대리석으로 어두운 과거를 표현하였고 하단부는 원형 광장을 만들어 모든 과거의 이미지들이 모이는 상징적 의미로 표현하였다. 다섯 개의 원형 기둥은 50주년 된 현재를 상징하며 세계 평화와 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한민족의 군상을 떠받들고 있는 형상으로 파주시 미술협회에 의뢰하여 조각가 안광수가 제작하였다.

 

건 립 기

찢기고 팬 민족 최대의 상처를 남긴지 쉰 해

망각의 강물을 넘어 잊혀질 때도 되었건만

점점이 묻어나는 상혼과 아픔은

오히려 해가 거듭할수록 더해지고

두고 온 산하는 더욱 그리워진다.

이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때에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피맺힌 절규와 함께 쓰러져 간

눈 감지 못할 영혼과

이산의 고통 속에 오늘도 편한 잠 이루지 못하는

이들의 멍든 가슴을 달래고

이를 통일로 승화시켜 민족의 하나됨을

기원하는 새천년 평화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여기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새천년 기념조형물을 세우다

이 만남의 장을 축으로 하여

경의선이 이어지고 경원선이 이어지고

백두산이 열리고 민족의 가슴이 열리고 하나되어

이념의 사슬을 끊고 더불어 나아갈 수 있는

민족공존의 기틀이 만들어지기를

우리 모두 기원하자

2000. 6. 25

6.25 5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장 (예) 대장 백선엽

경기도 지사 임창열, 육군 제 2127부대장 중장 정중민

파주시장 송달용, 육군 제 1570부대장 소장 송영근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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