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교하면 동패리 APT단지 조성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68화-

교하면 동패리 주공아파트 단지 61만평 조성사업이 발표되자 주민대표들이 찾아와 반대한다는 항의를 하였다. 주민의 요구사항은 보상을 평가하려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공시지가가 너무 싸니 현실에 맞게 책정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주민대표에게 이 지역 APT단지는 파주에 처음으로 조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했다.

공시지가도 현재 책정한 것은 무시하고 현실에 맞게 새롭게 책정하겠다고 약속하여 주민대표들도 동의하였다. 순조롭게 잘 진행될 것이라고 여겼다. 마침, 주택공사에서 주민보상 문제를 비롯하여 상가배정 문제, 그리고 건설과정과 입주문제 등 유인물을 작성하여 왔다. 이를 주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기 위하여 교하면사무소 앞의 주민회관에 주민들을 소집하고 현장에 나가보니 주민들은 부락마다 트랙터, 경운기 등을 가지고 나와, 그날 그 자리에서‘아파트 건립 반대 투쟁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러고는 내게는 교하면사무소에서 기다리시면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주민 설명회가 오히려 주민의 반대투쟁위원회 구성의 장소를 마련해준 꼴이 되었다.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트랙터와 경운기를 마을마다 가지고 나온 것이 수상하여 일단 경찰서에 경비를 요청하였다.

주민들은 반대투쟁위원회 조직을 구성하고는 APT 입주설명은 듣지도 아니하고 그 자리에서‘아파트 건립 반대 성토대회’를 열었다. 트랙터와 경운기를 끌고 파주시청으로 데모하러 간다고 출발하였다는 보고를 하였다. 동원된 경찰이 교하에서 시청으로 가는 길을 막고 트랙터와 경운기를 와동리 쪽으로 돌려 귀가토록 하였다.

데모대들이 심학초등학교에서 반대투쟁에 대한 계획과 성토대회를 하던 중 전 면장이라는 사람이 나서서 마이크를 잡고 주민 앞에서“송 시장은 제주도 땅 투기를 하고 골프회원권까지 갖고 있는 부정행위자”라고 성토하였다는 정보가 다음 날 입수되었다.

그 면장에게 전화를 걸어“어제, 심학초등학교에서 내가 제주도 땅 투기를 하고 골프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부정행위자라고 하였다는데, 3일 이내에 그 증거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명예 훼손죄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기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왜 증거를 가져오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저도 대항하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의‘대항하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고발장을 써놓았다. 다음 날, 면장은 그 지역 유지 여섯 명과 함께 찾아와 유지들은 면장이 술김에 한 잘못이니 용서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장 정도가 그랬다면 몰라서 흥분한 가운데 그랬을 것이라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면장까지 지낸 사람이 앞뒤 분간도 없이 모르고 했다는 것은 다분히 고의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고발을 해서라도 그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주위에서는 그 면장과 주민대표들까지 와서 사과를 하였으니, 참으라는 사람들이 많았고 시장이 주민을 고발했다고 하면, 이유야 어떻든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터였다. 그래서 참고 고발은 하지 않았다.

그 후로 주민과 잘 협의하여 난개발을 막고, 동패지구 APT단지 조성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주민들은 안정되고 깨끗한 도시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나는 파주인이다’ 목록으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