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기와 건강

나이들기와 건강

-안재형 분당 열린의원 원장-

중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덧 40년이 넘게 지났다. 이제 50대 후반이니 세월이 참 빠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들이 슬하를 떠난 지 이미 8년이 되었으니 우리 부부는 벌써 노후생활의 실제를 경험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쩌다 집에 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집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생활을 둘이만 지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스스로 뿐 아니라 주위 누구에게도 노인이라고 내세울 수 없다. 매스컴에서는 앞으로 100세 인생시대가 될 것이며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잘하면(?) 중학교를 졸업한 이 후의 세월만큼 더 살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세상에 적응하고 견디며 앞만 보고 나아가야 했던 젊은 세월이었다면, 앞으로는 세상에 순응하고 뒤도 되돌아보는 나이든 세월이 될 듯 하다. 앞으로의 100세 인생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신문등 매스컴에서는 100세 인생시대를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것들을 잘 알려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재테크에 대해서는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회사에서 그들의 밥벌이로 떠벌린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냥 허투루 들어 넘길 수 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야말로 100세 인생시대는 잘 준비하면 낙원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장수가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일을 되도록 오래하기를 권장하고, 점점 많아질 여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취미생활에 미리 익숙해지기를 권하고 있다. 특히 여럿이 함께 얘기하며 어울릴 수 있는 동호회에 가입하여 외롭지 않게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이 친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으니 어렸을 적 친구들과의 동창 모임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부부가 점점 늙어가며 주름살이 많아지고 생각이 고루해지면서도 서로를 끊임없이 사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부관계를 맺는 거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 세상에서 부부간 대화가 점점 줄어든다고 하는데 나이들며 더 심해질 수 있다. 젊었을 때부터 부부간 대화를 좀 더 세련되고 멋지게 하는 방법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겠다. 집안에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집밖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 나열한 것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나이들면서 건강만큼 더 중요한 것이 있으랴? 때로는 가족의 일원이 아프면서 가족 사랑에 눈을 뜨거나, 이전보다 그 사랑이 더 커지는 경우가 있지만 그야말로 영화에서 보는 러브스토리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100세 인생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건강이다. 건강을 잘 유지하지 못하면 잘 세워 놓은 재테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취미생활이나 동호회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잘 유지되었던 부부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건강은 일찍 준비할수록 좋다. 50대 보다는 40대, 40대 보다는 30대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현대에는 많은 먹을거리, 편리한 생활패턴, 복잡한 사회구조등에 의해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이 많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건강 및 의학정보, 체계적인 건강관리 시스템, 비약적인 의학 발전등에 의해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요인도 많다. 따라서 이들 요인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조절하느냐에 따라 건강상태가 달라질 것이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나이들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운동과 건강검진이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나이들며 건강 때문에 불행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은 왜일까? 건강에 관심이 적거나 그 중요성을 알더라도 실천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운동은 평소에 좋아해서 늘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운동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다. 올레길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걷기도 운동이니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운동은 신체적인 측면에서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신 건강에도 좋으며, 부부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 그리고 수면장애에도 도움이 된다.

 

무슨 운동이 좋을까? 공자의 말씀을 인용해본다. “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오랜 세월동안 축구를 할 수 있는 이유도 그가 축구를 즐기면서 했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싶다. 운동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고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저런 핑계로 운동을 하다가 중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그리고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나는 BMW를 좋아한다. 명품 차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B는 버스, M은 메트로(전철), W는 걷기이다. 평소에는 BMW를 주로 이용한다. 실제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에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다. 운동은 시간을 따로 내 하거나,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만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출퇴근 시간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핑계인 듯. 그리고 젊은 시절에 취미삼아 운동하여 나이들어 꾸준하게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나의 경우 중학교 시절에 배운 축구가 나의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즈음도 동호회에서 패스, 드리블, 슛팅의 절묘함으로 30, 40대 젊은 후배들을 농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축구를 통해 삶의 활력이 넘치고,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게 되었으며, 사회의 한 일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어 어렸을 적에 축구를 배우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고 매우 다양하며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은 무료이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수백만원대의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있다. 어떤 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그 비용에 차이가 나겠지만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그 검사가 다 필요한가에는 의문이 든다. 때로는 불필요한 검사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꼭 비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과연 나에게 맞을까? 비용대비 효용 측면에서 볼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건강검진이 가장 좋다. 너무 간단하다고 해서 무시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크게 일반건강검진, 암검진, 그리고 생애전환기건강진단이 있다. 일반건강검진에서는 기본 진찰에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방사선촬영을 하는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빈혈, 신장질환, 간질환, 폐결핵 또는 폐암 그리고 비만을 선별할 수 있다. 그리고 암검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5대암에 대한 검진으로서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검진이다.

위암 검진으로 만 40세 이상 남녀는 증상이 없어도 2년마다 위장조영검사 또는 위내시경 검사를 선택하여 받을 수 있다.

대장암 검진으로 만 50세 이상 남녀는 1년마다 분변잠혈반응검사를 받은 후 양성판정자는 대장내시경 또는 대장이중조영검사를 선택하여 받을 수 있다.

간암 검진으로 만 40세 이상 남녀 중 아래 대상자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받는다. 가. 해당연도 이전 2개년도 보험급여 내역중 간암 발생 고위험군(간경변증,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 양성,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 나. 과년도 일반건강검진 결과 B형 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 양성자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자

만 4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유방촬영검사를 통해 유방암 검진을 받을 수 있고, 만 3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자궁경부세포검사를 통해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다.

최근에는 갑상선암의 발생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별도로 혈액검사 및 갑상선초음파검사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생애전환기건강진단은 생애전환기에 해당하는 국민(만40세, 만66세)을 대상으로 현재의 질병 발견위주의 선별적 검진체계를 개인별 건강위험평가와 적극적인 생활습관평가 및 개선처방까지 포괄하는 사전건강관리체계로 전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건강진단 항목은 1,2차 항목을 통합․조정하고 정신건강검사 및 건강진단결과 사후상담, 생활습관평가에 따른 처방을 실시하며 암검진 본인부담금도 전액 면제된다.

 

이상의 내용으로 보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검진만으로도 적은 비용으로 위험 질병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암검진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는 별도로 복부 초음파검사, 위내시경검사,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면 예방적인 차원에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면 그 결과를 받게 되는데 종합소견서를 자세히 읽어 보면 현재의 건강상태와 그에 따른 실천사항을 알 수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의사와 상담하여 그 내용을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경우에 운동하기를 권장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등 생활습관병이 있을 때 특히 그러하다. 운동이 부족하여 질병이 발생하기도 하고 운동이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을 종합해보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나이들며 건강유지하는거 어렵지 않을 듯 하다. 그렇지 않나요?


안재형 (남, 58세)

의료법인열린의료재단 분당열린의원 원장(현재)

파주 광탄 출생

신산초등학교 졸업

광탄중학교 졸업

유신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