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서울대공원 길을 뚫어라! -제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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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서울대공원 길을 뚫어라!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39화-

 

안양부시장으로 안양 중앙로 지하상가와 역 앞으로 가는 지하상가가 연결되지 않아, 분양받은 상인과 시공업자 간에 갈등을 잘 조정하고 있을 때, 1984년 4월 14일(토요일) 도청 총무과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과천출장소장으로 발령이 났으니, 4월 16일 10시까지 도지사실로 사령장을 받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또 과천 출장소 총무과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당장 일요일인 내일 건설과장과 같이 찾아뵙고 현황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맬 수가 없는 것이니 사령을 받은 후에 하라고 했다. 월요일인 4월 16일 도지사실에서 과천출장소장 사령장을 받고 과천문제를 알아서 책임지고 처리하라는 김태호 지사의 지시가 내게 내려졌다.

서울대공원을 창경원에서 과천 청계산 밑으로 이전하는데 남태령 고개 너머에서 서울대공원까지 도로가 협소하여 확장 중에 있었다. 남태령에서 과천 쪽으로 내려오면 사거리 관문광장이 있고 그곳에 주택 72동이 가로막고 있었다. 철거를 하고자 주민들에게 철거보상지급을 하였는데도 보상가가 적으니 아파트 입주권을 달라고 건설교통부장관의 출근길을 막으며 데모를 하는 것이 신문에 보도 되었다.

당시, 서울시에서는 과천출장소장에게 철거협조를 요청하였다. 출장소장이 염보현 도지사에게 서울시의 요청사항을 보고하였더니 염 도지사는 그것은 서울시의 일이라며 그냥 두라고 했다. 그래서 과천출장소장은 서울시에서 협조 요청한 사항을 무관심하게 넘겼다. 그러다 염보현 지사가 서울시장으로 전보되었고, 서울시장이 된 지 20여 일 만에 서울대공원의 개원식이 다가왔다.

염보현 서울시장은 경기도지사로 재직 시 했던 말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오로지 서울시 건설본부장인 안상영(후에 부산시장)에게만 해결하라고 강력히 지시하였다. 안상영 본부장은 김태호 지사에게“경기도가 아니면 주민이 말을 듣지 않으니 제발 도와 달라”고 매달렸다. 경기도지사로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라 무심히 넘길 수가 없었고 부지사로 하여금 현장 출장을 하여 독려하도록 했다.

부지사가 현장 출장을 나와 과천출장소장에게 주택철거에 협조하라고 강력히 지시를 하였다. 부지사에게 지시받은 과천출장소장은 시급한 서울시의 주택철거와는 관계없이 혈압이 높다고 안양병원에 입원했고 그렇다 보니 주택철거를 이뤄 내지 못했다.

그래서 통일로 개발사업에 경험이 있는 나를 적임자라 여겨 선발한 것 같았다. 과천 서울대공원 개원식이 5월 1일이었는데 보름을 남겨 놓고 내게 발령을 낸 것이다. 나라고 특별한 대책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직생활의 운명을 걸겠다는 각오로 사령장을 받고 바로 과천출장소로 가서 현황을 들었다. 15일 내에 준공처리하기 위해서는 과천 사거리 주택 72동을 4월 25일까지 철거하고 5일 동안에 도로포장을 해야만 했다.

5월 1일 개원식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면 정말로 시급한 일이었다.

그날 저녁에 총무과장과 같이 지역유지들을 만나 여론을 수렴했다. 이미 전세방도 얻고 이사할 준비가 다 되어 있는데 주민들이 욕심을 부리고 저렇게 데모를 하고 있다고 하며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주면 바로 해결될 것이라 했다.

총무과장과 건설과장에게“이 문제는 절차상 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여야 한다. 보상심의위원을 소집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기존의 보상심의위원들은 이사를 가 거의 없다하여 보상심의위원을 그날로 밤을 새워서라도 다시 조직하고 2일 후인 4월 18일 10시에 보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하도록 통지했다. 그리고 서울 시청관계관, 건설부 주택담당관계관, 주택공사 서울지사장, 주민대표도 함께 불러 회의를 개최하였다.

4월 18일 10시, 보상심의위원회에 주민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했다. 갑론을박하며 4시간 동안 점심도 먹지 않고 회의를 하였다. 결론은 주택공사에서 안양시 비산동에 짓는 임대아파트를 내주기로 하면 철거에 동의하겠다고 하였다.

주택공사 서울지사장에게 줄 수 있느냐고 하였더니, 건설부장관의 지시가 있으면 줄 수 있다고 해서 건설부 관계관에게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서울시장이 요청하면 장관께 보고해 보겠다고 하였다. 서울 관계관에게 내일 당장 건설부에 요청하라고 했다.

비산동 주공임대아파트를 주기로 결정한 사실을 주민에게 알렸다. 그리고 아파트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3일 후인 4월 21일부터 집을 철거하는데 동의하라고 했다. 주민들은 너무 이르다면서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집이 철거되어야 도로에 아스팔트를 깔고 5월 1일 개원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4월 25일까지 철거토록 이사하여 달라고 했다.

회의 다음날인 4월 19일부터 직원 72명을 집집마다 배치하고 이사 날짜는 물론 이사할 집이 정해졌는지, 이사할 자동차는 준비되었는지 등을 확인하여 매일 보고하도록 하고 4월 21일 5세대가 이사해 빈집이 되었다고 해서 서울시로 하여금 즉시 철거토록 통보하였다.

서울시는 포클레인이 들어갈 수 없어 다른 집이 철거될 때 같이 하겠다고 해서 서울시 현장소장에게 인력으로라도 지붕을 벗기고 철거를 해야만 도미노 현상으로 다른 집도 빨리 이사를 갈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4월 25일까지 72동이 완전 철거되었다.

종합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은 그렇게 완강하게 데모하던 주민들이 순식간에 철거를 한 것에 대해 놀라운 일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철거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서울대공원의 식당허가가 또 문제였다. 서울대공원은 그린벨트 지역이기 때문에 허가된 대로 서울대공원이 건설되지 않으면 준공처리를 할 수 없다며 설계변경을 한 후에 영업허가를 하라는 것이다. 조속히 설계변경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고 부지사에게 보고하였다.

그랬더니 모든 것은 출장소장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도저히 설계변경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궁리 끝에 건축법상 가사용제도가 있어서 그린벨트 설계변경 전에 가사용 허가를 하면 음식점 허가에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가사용 승인을 하려면 안양소방서의 소방시설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안양소방서장에게 건물가사용 승인에 따른 소방시설 사용허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소방서장은 펄쩍 뛰면서 가사용 승인건물에 대하여 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5월 1일 서울대공원이 개원하는데, 관람 온 주민들에게 무허가 음식점에서 영업을 하고 음식을 판다고 언론에 보도가 되면, 안양소방서장이 소방시설 사용허가를 해주지 않아서 무허가 음식점을 운영하였다.”고 할 것이니 알아서 하라며 안양시 소방서장에게로 책임을 전가시켰다.

안양소방서장은 서울소방본부장을 불러서 협의하고 서울소방본부장은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네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소방시설 사용을 허가했다. 4월 30일에 밤늦게까지 음식점 허가처리를 하였다. 어려운 모든 문제들이 그렇게 해결되었다.

김태호 지사는 5월 1일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데에도 한 번도 현장에 오지 않고 보고만 받다가 모든 문제가 해결된 4월 30일에야 현장에 와 수고했다고 격려를 했다. 내게는 숨 가쁘기만 했던 보름이었고 또 그 보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급박했던 서울대공원의 개원식을 무사히 치렀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뿌듯했다.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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