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관광열차의 꿈은 사라지고- 송달용 前파주시장 회고록 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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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관광열차의 꿈은 사라지고 -제4화-

– 나는 파주인이다 / 송달용 前파주시장 회고록-

임진강 북방을 출입하는 유일한 교량은 6.25 전쟁으로 무너진 독개다리 철교에 나무 널빤지를 깐 것이었다. 이곳을 군부대 차량을 비롯하여, 통일촌, 대성동 주민은 물론, 영농하는 농민들의 차량까지 모든 차량이 1사단의 통제를 받으면서 통행했다. 독개다리는 임진강 건너편 군내면 독개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통일로와 자유로의 접점인 8차선의 통일대교가 가설, 개통되면서 수많은 애환을 담고 건너던 육교 독개다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폐교된 독개다리의 길이는 900m로, 이 다리를 이용해 미니 관광열차를 운행하면 좋을 것 같았다. 우리의 토속음식인 수수부꾸미, 주먹밥 등을 독개다리 저편에서 팔면 임진각의 명물이 될 뿐 아니라 관광수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곧 추진했다. 미니 열차를 운영하는데 작전상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1사단의 회신도 받았고 관리청인 철도청과 협의한 결과, 폐(廢)철교 이용에 동의했다. 폐교 위에 미니 관광열차를 운영하기로 하고 열차 구입에 나섰다. 1999년 3월경, 이태리에 미니 관광열차 제조공장이 있음을 확인하고 박재홍 문화체육과장과 그곳을 방문해 가격과 계약조건 등을 협의하고 마음에 들었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좀 더 검토해 보기로 하고 귀국했다.

돌아와 여러 사람의 자문을 받으니 이태리 미니 관광열차 구입에 우려를 표했다. 이태리 사람은 변덕이 많고 신뢰도도 떨어진다고 했다. 게다가 다른 지역에 임대했던 열차를 재도색하여 새것처럼 판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사숙고해야만 했다. 그들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다시 조사한 결과, 영국의 세븐램(SEVEN LAMB LTD. made in England =2119= START FORD ON AVON)이란 회사에서도 관광열차를 제작한다는 것을 이메일로 확인했다. 영국의 회사는 믿을 만했고 그쪽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기로 하고 계약의사를 표시하였다. 영국 회사의 미니 관광열차 가격은 195,000 파운드(한화 3억6천만원)로 은행의 지불 보증서를 첨부해야 했다. 농협의 지불 보증서를 받아 나는 영국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미니 관광열차의 제작이 완성단계에 이르렀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산에서 개성까지 열차를 개통하도록 합의를 보았다는 것이었다. 문산에서 개성까지 열차를 운행하려면 임진강의 독개다리 철교를 이용해야 했다. 교통부장관과 철도청장이 임진강 독개다리를 확인 차 현장을 시찰했다. 6.25 전쟁 때 폭격으로 독개다리가 폭파되었고, 50여년이나 방치되었으니 열차운행이 위험하다고 설명하면서 철교를 새로 건설할 것을 건의하였으나 장관은 새로 건설할 시간이 없으므로 검사를 하여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서 사용해야겠다고 했다.

영국 회사에 주문한 미니 열차를 해약할 수도 없어 눈앞이 깜깜하였다. 궁리 끝에, 임진각에서 아웅산 순직기념비 사이를 순회하는 미니 열차를 축소해서 운행이라도 해야했다. 철도청에서는 쉽게 동의해 주었다.

 

임진각 관광열차

 

시에서 미니열차를 직영할 수 없어 운영업체 모집광고를 냈다. 때마침 서울대공원에서 어린이 놀이터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주식회사 동마(東馬) 이석명 사장님이 찾아왔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반가웠다. 나는 영국에 주문한 미니열차를 인수해 운영한다면 시에서는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 협조하겠다고 했다. 동마의 이석명 사장님은 미니열차 운영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주차장쪽으로 어린이 놀이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양해하여 준다면 영국에 주문한 미니열차 구매비용을 부담하여 인수하고 놀이시설을 책임지고 설치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은인을 만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비(市費)로 영국과 계약한 195,000파운드(한화 3억6천만원)을 부담해야 하고 운영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을 거이다. 그래서 동마회사가 요구하는 시유지를 어린이 놀이터로 임대계약을 체결하여 임대수임도 올리면서 미니열차 운영과 어린이 놀이터 시설을 설치 운영하게 된 것이다.

사실 과거 임진각에 가족관광객이 오면 놀 곳이 없었다. 특히 어린이 놀이 시설이 없어 식사나 하고 돌아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린이 놀이시설과 미니열차 시설을 하려면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한 군부대 동의를 얻는 문제부터 철도청부지 사용문제 등이 있었으나 제반 행정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여, 파주시는 자본투자 없이 임진각에 또 하나의 관광명소를 갖게 된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동마 이석명 사장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6.25전쟁으로 폐교된 독개다리가 50년만에 철마가 달리는 철교로 복구되어 임진역과 도라산역이 새로 생긴 것은 통일을 앞당기는 표상이 되고 민북지역의 관광객이 오고가는 편리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니열차 계획을 추진했던 나로서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골에 진땀이 난다.

임진각 놀이공원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연재 안내

1. 숨막히는 통일로 정비사업

2. 통일로변 주택의 슬레이트 지붕을 벗기다

3.홍수·수해 상습지를 벗어나다

<자료파일 제공 : 도서출판 헵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