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가득 – 이화상점

 – 김 대 년 –

시집 간 누이의 신혼 살림집을 방문했을 때 이런 느낌일까요? 정갈하고 아기자기하고, 구석 구석에 사랑이 몽실 몽실 피어오르는 집 …..

최근 일 년만에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 있는 ‘이화상점’을 다녀 왔습니다. 일 년전 이맘때는 40년 공직생활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었지요. 당시 여러 상념으로 흔들리고 있던 제게 ‘이화상점’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어느 신문에서 ‘이화상점’을 소개하는 기사를 접했는데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주인 이예슬씨가 직접 그린 엽서와 이벤트로 많은 이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넓은 지면의 기사는 아니었기에 저는 기자가 미처 전하지 못한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을 보듬어 줄 위안거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지요. 가게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제 기대는 기쁨의 환호로 바뀌었습니다. 주인의 예쁘고 착한 손길이 정성스레 스며있는 매장은 어느 하나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가치와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게 공간은 작았으나 그 어느 미술관보다 넓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엽서와 함께 진열되어 있는 팬시상품들도 하나같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구나! 거창한 구호나 화려한 외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담겨있는 가치와 격조 높은 컨텐츠가 중요하구나!” 퇴직을 앞두고 공허감과 불안감에 흔들리고 있던 나에게 주인 이예슬님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이화상점’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손수 아기자기하게 꾸민 누이의 단칸방에서 따뜻한 밥상을 사이에 두고 도란 도란 정감어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이화상점’… !

일 년만에 다시 찾았지만 주인 이예슬님은 감사하게도 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총장님 아니세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총장님 생각을 했었습니다. 같이 오신 직원들께서 써 놓으신 엽서가 일 년이 되어 원하는 수신처로 보내드렸어요.” 포근하고 다감한 느낌 그대로인 주인과 ‘이화상점’…. 모든 것이 너무도 쉽게 변하는 요즘 세태에 시간을 붙잡아 두고 있는 곳이 있어 무척이나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당시 퇴직을 앞둔 시점이었기에 비서실, 정책보좌관실의 전직원과 함께 ‘이화상점’ 나들이를 했었지요. 가게 모퉁이 책상에 앉아 엽서에 열심히 글을 쓰던 직원들 모습이 생각납니다. 직원들은 곧 헤어져야 하는 걸 모르고 있었기에 뭉클해져 오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던 기억도 나네요. 동고동락했던 사랑하는 직원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나갔군요. ‘사심가득’을 통해서나마 안부의 편지를 보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