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꽁트-

-인송-

언제나 나는 생각했다 내운명을 바꾸는것은 아주 커다란 그어떤것이 될거라고 그리고 기다렸다 그날을….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인해 내 삶은 어긋나고 그것에 밀려 지금의 자리에 서있고는 했다. 그날 그와의 만남 또한 아주
조그만 사건이라고해야할까?

그날 토요일 오후 새집으로 이사한 친구의 집들이가있었다 가까운 친구들 몇이모여 저녁을 먹고 수다를떨다가 늦게 친구의 집에서 나왔다 친구집이 버스종점 근처라서 자리에 앉을수있었다 버스가 시내로 들어가면서 버스안은 사람들로 가득차기 시작했고 서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시작했다 버스가 한정거장에 멈췄을때 몇사람이 올라타고있었다.

그때까지 창밖을 보고있던 내가 무심코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버스를 타고있는 한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순간 심장이 멈추는것같았다 얼른 고개를 창쪽으로 돌렸다. 쿵쾅쿵쾅 가슴이 뛰기시작했다 나는 느낄수있었다. 사람들을 헤치며 내쪽으로 걸어오고있는 그남자의 발걸음을 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그남자가 내어깨를 툭쳤다 그리고 나는 봤다 그남자의 팔에 난상처와 문신 피에 젖은옷을 그를 쳐다본 나는 이미 공포에 질려있었다.

그남자의 입에서 알수없는 욕설과 함께 튀어나온 말 “너 일어나” 내입에서 바로 나온말 “네” 그건 너무도 기가막히고 어이없는”네” 였다 “네” 라는 말을하다니! 참으로 비참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처해버린것이다. 마치 그버스 안에는 그남자와 나 둘만이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만큼 고요한 침묵이 흐르고있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그많은 사람이 동시에 입을 다물수 있다는게 다리가 떨려 일어설수가없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던 나는 그자리에 주저앉았고 들고있던 가방을 놓쳐버렸다 .

그때 내가 떨어뜨린 가방을 주우며 나를향에 내미는 손하나가있었다 얼떨결에 그손을 잡고 일어선 나는 그렇게서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정신을차릴수가없었다 그남자는 자리에 앉아서도 알수없는 말들과 함께 누군가에게 욕설을 내뱉고있었고 차안은 조용했고 모두들 자기자신이 당한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해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동정어린 시선으로 힐끔거리며 나를 보고있었다 “네” 라 고한것에대한 수치감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대한 비참함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싶었다 버스가 멈추자 뒤도 돌아보지않고 내렸다 누군가 나를따라 내리는 인기척을 느꼈지만 난뛰었다 근처의 한커피점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을때 한남자가 내앞에섰다.

그의 손에는 내 가방이 들려져있었다 그때서야 그의 얼굴을 볼수있었다 그를 만난건 그날 그토요일이였다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무엇이 더필요하단 말인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빠르면 일주일 늦게는 한두달에 한번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던 사람들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만남 특별할것없는 그러나 너무도 솔직한 대화들.

그런날들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사이 그의 친구와 내친구가 결혼을했다 우리둘의 소개 아니 우연히 합석하게된 자리에서 만난 두사람은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몇번의 만남을가진후 너무도 쉽게 결혼을했다 우리들의 나이를생각하면 이상할것도없었다

그리고 그의회사의 부도와 함께 IMF가왔다. 그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동업으로 조그마한 사업을 시작한지 일년이되지 않았을때였다 그는 모든것을 잃었고 많은 빚을 떠안았다 그가사라졌다 아무런 연락도없이…..우리가족 또한 그 거대한 폭풍우를 비켜가지못했다 힘들었다 묵묵히버텄고 많은 시간이지났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가끔어쩌다가끔 그의 소식은 친구를 통해서 들었다 그도 힘겹게 모든것을 버티고있었고 그의 형편은 나아지지않았다 참으로 이상한건 내가 그의 소식을 듣게될때는 친구들이나 집에서 소개한 사람을 만나기 전이나 후였던것인데 그러면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는그들과의 만남을 회피했다 세월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친구 소개로 한사람을만났다 내게 너무 과분한 좋은조건을 가진 사람이였다 지방에서 한의원을 하고있는 조용하고 말은없었지만 하루도 거르지않고 나에게 전화를하는 자상한면도있는 사람이였다 이삼주에 한번 서울에 온그남자를 만나면서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많은것을 가진 사람이라는것을 알았고 내가 그를 만난 그날 그호텔 커피숍에 있던 손님반이 그의 가족이었다는것도 알았다.

내가 그의 가족에게 합격점을 받은것은 선하게보인다는것 그것이였다 어쩌면 내인생에 찾아온 마지막 행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말 재미없고 매력없는 그를 만나러 나가는것이 즐겁지않았다 싫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하지만 그가 가진 조건을 포기하지 못했다 호박이넝굴채 굴러들어왔다고 한친구는 말했다.

사오개월쯤 지날무렵 그남자가 집으로 인사를 오겠다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는것을알았다 며칠동안 먹은게 계속체했다 친구에게 한통의전화를받았다 잊을만하면 전화해 그의소식을 알려주는 그친구는 그를 만날생각이 있냐고 물었고 그가 원한다면 한번 보겠다고 답했다 그때 난가슴이 뻥뚫리는듯한 뭔지는 모르겠지만 속이 후련해지는 그런 느낌을받았었다.

며칠후 지방에 살고있는 어떤 여자의 전화 한통을받았다 어쩌면 시누이가 될뻔한 그여자가 내게 말했다 댁같은여자가 죽었다 깨워나도 우리 오빠처럼 좋은조건을 가진사람을 만날수있겠느냐 자기 오빠처럼 괜찮은 사람을 싫다고한 이유나 알자는것이였다 신경질적인 그여자의 전화를 끊으면서 나는 그나마 가지고있던 미안한 마음에서 벗어날수있었다.

오늘 그를 만나기로 한날이다 오래전 어느 토요일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던것처럼 내가 그에게 손을 내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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