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이 아니었구나! -제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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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문이 아니었구나!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36화-

1970년 초 까지 결원된 공무원을 보충하기 위하여 시군에서 직접 시험을 보아 결원을 충원하던 때가 있었다. 군청에서 채용시험을 볼 때에는 시험문제를 과목별로 관내 고등학교의 전문 교사에게 복수로 문제를 의뢰하고 군에서는 편집 인쇄하여 시험을 치렀다. 시험의 총 책임자는 내무과장이었다.

시험 편집위원은 계장의 책임 지도하에 직원 세 명, 필경 한 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파주지역을 떠나 시험의 총 책임자인 내무과장도 모르는 서울의 여관을 정하여 편집 책임자인 계장이 전권을 가지고 편집과 인쇄를 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그들은 여관에 감금 상태로 있다가 시험이 끝난 후에 귀청하도록 하였다.

내가 내무과장으로 부임하여 처음으로 직원을 채용하는데, 내무과에 근무하는 임시직원이 거의 합격할 것이라는 여론이 나돌고 있었다. 예전에 감사실장이 직원 채용문제로 전 내무과장과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언성을 높여 가며 막말로 싸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다시 말하면, 채용시험을 보면 내무과 임시직원이 거의 다 합격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시험에는 모든 일에 치밀한 계장을 책임자로 하고 편집인원 세 명과 필경 한 명을 비밀리에 임명했다. 그리고 책임담당계장에게 직원을 감시할 지침을 주었다.

첫째, 투숙하는 여관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 것이며 문제 발생 시에 책임을 질 것.

둘째, 외부와 일절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하도록 할 것.

셋째, 식사는 여관으로 배달해서 먹을 것.

넷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외부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할 것.

다섯째, 집에도 전화를 걸지 말 것.

위 다섯 가지 조항을 틀림없이 지키도록 했다. 그리하여 사고 없이 시험지가 만들어졌다. 시험 당일, 시험지가 도착해서 다들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채점원을 선정하고, 시험지는 이름을 가리고 합철해서 채점을 하도록 하였다. 채점이 다 끝난 다음에 결과를 합격자 발표 전에 행정계장으로 하여금 가져오게 했다. 검토해 보니 큰 문제가 발생하였다.

내무과 직원이 거의 합격할 것이란 소문이 마냥 헛소문만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내무과의 임시직원들이 거의 합격권에 들어가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영어, 수학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들이었다.

이 사실을 외부에 절대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행정계장과 담당직원에게 당부를 하고 다짐을 받았다. 나는 시험문제 편집 책임자로 간 담당계장을 불러 투숙했던 여관을 확인했다. 불광동에 있는 모 여관이라고 하여 알았다고 하고 문제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를 돌려보냈다.

 

 

마침 도에 회의가 있어 행정계장과 같이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불광동 여관을 찾아갔다. 가서 숙박계를 확인하고 여관 주인에게 우리 직원이 머무는 동안 누가 찾아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전연 없다고 했다. 행정계장과 같이 고민을 하면서 혹시 행정계장에게 부탁한 사람이나 이상한 소문을 들은 게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조리면 사무소에 근무하는 모 직원이 다른 사람을 통하여 부탁한 적이 있다고 했다.

행정계장으로 하여금 그 집을 찾아가서 시험에 합격시켜 줄 테니 돈을 달라고 해보라고 했다. 행정계장이 조리면 등원리에 있는 그 직원의 집을 찾아가서 돈을 주면 합격을 시켜 주겠다고 하니“나는 벌써 주었는데요.”라고 얼떨결에 대답 하더라는 것이다. 행정계장은 그 일로 단서를 잡았다. 그 돈 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면 당신은 문제 삼지 않겠다고 설득하여 부정에 참여한 직원을 확인했다.

그날 밤, 필경과 직원을 관사로 불러 밤새도록 설득했다. 만일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고발할 것이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고발조치를 하지 않고 시험 당사자만 불합격 처리하는 것으로 조용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은 순순히 사실을 고했다.

시험은 사지선다형(四枝選多型) 선택의 시험이었다. 직원이 편집하여 선다형 시험지에 정답을 표시한 채로 필경에게 넘겼다. 필경은 복사지에 쓰면서 정답에는 점을 찍지 않고 틀린 답에는 점을 찍어서 복사를 하였기 때문에 아무도 의심할 수가 없었다. 점을 찍지 않은 것을 찾아라. 그것이 정답이라고 극비리에 전달하여 주면 모집책 직원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었다.

시험지를 편집한 직원들이 편집된 시험문제만 필경에게 넘겨주고 정답은 별도로 관리해야 했다. 정답 표시한 것을 필경에게 그대로 줌으로써 사고의 발단이 된 것이다.

다음 날, 시험지의 정답 위치를 바꾸어 놓고 문제에 점을 모두 찍어 똑같이 만들었다. 시험지 채점 점수를 다시 검토하여 합격 대상자 중 여러모로 의심이 가는 직원을 개별로 불렀다. 여관에서 시험지를 다시 주고 재시험을 보았다. 전연 엉뚱한 점수가 나왔다.

직원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불합격 처리를 하였다. 받은 돈은 그대로 반환하도록 하고 부정 시험에 참여했던 직원과 필경은 약속한 대로 고발조치는 하지 않고 모두 의원면직 처리했다. 그 후로는 부정 시험이나 헛소문이 나돌지 않았고 모든 것이 깨끗이 정리되었다. 후에 시험문제를 관리하였던 담당계장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직원을 철저히 감독하여 부정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는 것이다.

출제된 시험지에 정답을 표시하여 필경에게 전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만약에 이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었을 경우 담당계장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직원관리의 책임을 져야 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누가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면서 가슴이 울렁거려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 후에 직원 채용시험을 시·군에서 실시하므로 많은 부정과 문제점이 발생하여 도에서 공무원 채용시험을 주관하여 시·군에 배치하였다.

1970년대 파주군청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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