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상품이 된 녹슨 DMZ 철조망 –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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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상품이 된 녹슨 DMZ 철조망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29화-

파주시는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28㎞에 달하는 휴전선과 접해 있는 통일안보의 요충지이고 세계 유일의 민족분단의 현장으로 DMZ와 민통선 일대에 방대한 전쟁 유적과 유물을 간직하고 있다.

경의선 철도인‘독개다리 폭격’의 아픈 흔적과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으로 포로 교환 시 남측 포로들이 건넜던 83m 목재 다리인‘자유의 다리’와 폭격을 맞아 50년간 멈추어 섰던‘녹슨 기관차’, 장파리에 유일한 임진강 다리를 가설하다가 사망한 미군 병사의 이름을 붙인‘리비교’, 판문점 자유의 마을‘대성동’,‘제3땅굴’,‘도라전망대’, 영국‘글러스터 설마리 추모비’,‘통일전망대’,‘통일촌’,‘도라산역’등 파주는 관광자원이 넘치는 곳이지만 특색 있는 관광상품이 없었다.

특히 6.15 남북선언 이후, 경의선 철도 복원으로 임진강역이 개통된 데 이어 DMZ 바로 앞에까지 도라산역이 개통됨으로써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분단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수도권 최대의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었다.

마침 2000년 6.25 한국전쟁 50주년과 2001년 한국방문의 해, 그리고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관광특수를 맞아 지역의 특성을 살린 관광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황량한 비무장지대 내에 뒹구는 녹슨 철조망을 거둬들여 상품으로 제작, 판매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비무장지대에서 나온 철조망’임을 보증하는 일이 우선 과제였다. 그저 고물상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녹슨 철조망 정도로 인식되어 버리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비무장지대의 경계를 맡고 있는 송영근 1사단장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고 협조공문을 보냈다.

수색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거둔 철조망을 인계받아 민통선 북방에 위치한 군내출장소 창고에 보관한 후 상품제작을 위해 반출할 때마다 출납부에 기록하고 상품에 파주시장 직인을 날인함으로써 상품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시장 조사를 벌여 기념품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와 재질, 관광객의 구매 선호를 조사하는 한편, 기념품 판매업 관계자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특히 제일기획이나 금강기획같이 우리나라 굴지의 기획회사와 접촉하여 제휴방안을 모색하였으나 모두 상품성이 적다며 거절하였다. 우리나라의 관광상품 업계는 너무나 영세하여 새로운 아이템이나 참신한 상품이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독자적으로 제작할 능력이 없으므로 획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와 영세 관광상품 업체와의 접촉 등을 거쳐, 결국 철조망이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것인 만큼 한반도 지도를 배경으로 한 액자에 20㎝ 길이의 철조망을 걸쳐놓은 형태의 상품을 개발했고, 각 제품에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희소가치를 높이기로 하였다.

가격대별로 세 가지 형태의 철조망이 고안되었는데 A형은 나무 프레임을 사용한 액자 형태로 참전 21개국의 국기를 도안하였고 B형은 도자기에 한반도와 판문점, 남북회담 장면을 전사(轉寫)하여 삽입하였으며 C형은 주석에 한반도를 조각한 형태로 제작하였는데, 이는 외국인의 선호에 맞춰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가격대를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작업은 공무원과 민간을 참여시켜‘관광상품 개발팀’을 만들어 디자인 개발을 시켰다. 팀장은 당시 시민과장이었던 박재홍 과장이 담당하였다. 아무리 멋진 관광상품을 만들었다 하여도 판매·유통은 공무원이 감당할 수 없어 민간을 참여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초기 상품제작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는 자기 비용으로 상품을 제작, 판매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어 선뜻 나서지 않아 한동안 파트너를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초기에 제작한 일정량의 상품은 시가 제작 원가로 구매해 주고 일정량이 판매되면 그때부터 사용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상표 사용료는 상품에 따라 10~25%의 수준으로 결정했다. 파주시와 처음 동반관계를 맺은 업체는 올림픽 때 하회탈을 만들었던 근석공예이다. 사실 이들 업체는 상품개발과 제작, 판매 과정에서 파주시와 공동보조를 취하며 관광상품 개발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판매는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제3땅굴과 임진각, 판문점, 통일촌, 명동 한국관광상품 코너에 특별 판매계약을 맺어 전시 판매장을 설치하였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분단의 상징이었던 벽돌을 상품화하였듯이 세계 유일의 분단 현장인 비무장지대의 녹슨 철조망을 관광 상품화하고자 계획한 것은 낙후되었던 파주시로서는 하나의 몸부림과도 같은 것이었다. 1998년 처음으로 개발한 DMZ 녹슨 철조망이 예상외로 판문점, 임진각 등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어 판매되기 시작한 지 1년 6개월여 만에 제작수량 5,500개가 전량 판매되었다.

이에 따라 2000년에는 정부의 6.25 한국전쟁 50주년 기념사업계획과 2001년의 한국방문의 해, 2002년의 월드컵 및 아시안게임 등 관광특수에 대비하여 본격적인 관광상품 개발에 착수하였는데, 철조망 외에 분단과 DMZ를 소재로 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다.

기존의‘DMZ 녹슨 철조망’명칭을‘DMZ 철조망’으로 바꾸고 6.25, 50주년을 기념하여 형태별로 150,625개를 한정 판매키로 하고 사랑과 평화(Peace and Love)를 모토로 DMZ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적용한 티셔츠, 열쇠고리, 책갈피 등 관광객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을 추가해서 같은 해 2000년 9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원목프레임 상품은 150,625개가 팔려 나가 품절이 되었고 모두 15억 원 정도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개발된 관광 상품은 하나하나가 심혈을 기울인 파주시 지적재산임으로 특허청에 의장등록 11개와 상표등록 9개(35개 부류의 상품)의 등록을 마쳤다.

특히 DMZ 철조망은 지역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가지고 있어 통일 이후에 오히려 지금보다 보존가치가 큰 기념품으로 세계 유일의 분단 현장으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상표 및 의장등록은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살린 지적재산에 대한 권리의 설정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파주시가 개발한 DMZ 관광 상품은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좋은 상품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외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01년 12월에는 국가 보훈처장이신 이재달 처장 아이디어로 주한 미군을 대상으로 DMZ 철조망 38,000개를 주문하여 선물함으로써 호평을 받았으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인식시키면서 인류의 자유, 평화 염원을 고취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선물로 판매되고 있다. 아마 지금보다도 통일되었을 때 이 철조망은 그 가치를 더할 것이다. 한때는 철조망을 걷어서 팔아먹은 시장이라는 염려를 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후일담으로 파주시가 개발한 관광 상품은 제1회 전국 관광기념품 공모전 (1998), 제1회 경기도 관광기념품 공모전 (2000), 제3회 전국 관광기념품 공모전 특선(2000), 제2회 경기도 우수관광기념품 공모전 입선(2001), 제1회 경인히트상품 선정(2001) 등으로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2003년에 경북 안동에서 열린‘전국 경영행정 연수대회’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하여 국무총리가 주는 대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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