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월 카프카를 만나다 -윤현아

1984년부터 책꽂이 한켠에 두었던 붉은색 표지의 책 .카프카의 [성]. 30여 년간을 숙제처럼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가 이제야 비로소 책을 뽑아 들었다. 그것도 북티즌 2월 토론책으로 선정되서야 비로소. 깨알같은 글씨에 누렇게 빛 바랜 책. 카프카가 나에게는 성이었을까

카프카의 城- 파주문학동네

측량기사인 주인공 K는 일을 의뢰받고 성에서 일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미지의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은 성에 종속되어 있고, 성에 허가 없이는 마을에서 숙박조차 어렵다. 어둠과 안개가 쌓인 듯한 성은 K가 들어가려해도 계속 좌절되고, 성에 복종하는 마을사람들 또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K는 성의 하급관리 클람과의 접촉을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 만나지 못하고, 마을사람들과의 소통과 유대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방인으로 남으면서 미완의 소설은 끝난다.

주인공K는 카프카의 이니셜일 것이다. 이토록 카프카를 소외시키고 고독케 하는 성이란 무엇일까? 카프카는 1883년 당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령이었던 프라하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서부 유대계 상인의 장남으로 태어나 1924년 후두결핵으로 생을 마친다. 오스트리아인도 헝가리인도 체코인도 유대인도 될수 없었던, 태어나면서부터의 이방인이었던 그는 권위적인 아버지에 대한 갈등과 공포감 속에서 불행한 고뇌의 41년의 짧은생을 살았다.

성이란 절대권력일 수도 있고 국가, 관료제, 법, 종교 등 일수도 있다. 절대적인 복종만을 강요하는 성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없다. 성의 권위에 도전하지만 실존적 한계에 놓이게 되고, 전혀 소통되지 않는 성과 마을사람들 속에서 K는 소외되고 고독했다.

1920년대 씌어진 카프카의 <성(城)>이 지금 이 사회에서는 없을까? 과학기술의 비정상적인 발달로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는 일, 경제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고, 큰 사건 사고 비리가 철저한 진상규명 없이 유야무야 되는 등, 지금도 성은 높기만 하다. 또한 소통부재 및 소외계층 등 행정의 벽은 없는지, 관공서가 소통의 존재가 아닌 고립된 존재는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겠다.

카프카의 작품은 역시 난해했다 그러기에 독자마다 느낌과 해석이 다르다. 독서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교환하며 나의생각을 채워갈수 있었다. 한사람이 열권의 책을 읽는것 보다 열사람이 한권의 책을 읽는것이 더 효율적이고 나만의 성에 갇히지 않는 방법이 될것이다

윤현아(적성)
파주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