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y de corea. – 안연주

Soy de corea.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머나먼 타국에서 해외봉사단원으로 있던 언니도 볼겸 퇴직금을 들고 무작정 홀로 페루 여행을 떠났다.

떠나던 날 공항에서 친구가 손에 쥐어 준 츄파춥스 사탕을 가방에 고이 담아
달달하게 부푼 설레임을 안고 출국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 듯하다.

기내에서 이틀 반의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페루의 수도 리마는 자욱한 새벽 안개와
태평양 바다의 소금기 어린 내음으로 가득했다. 새벽까지 잠 못자고 고향에서 오는 동생을 기다리느라
고생했을텐데도 언니의 룸메이트 언니들까지 총 동원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 언니들의 호의는
미아가 엄마를 만난 것 같이 행복했다.

그렇게 나는 리마에서 며칠을 보내고 언니가 머물고 있는 우안까요라는 곳을 거쳐
우안차코 해변, 뿌노, 꾸스꼬, 마츄피츄, 띠띠까까 호수 등을 여행했다.

페루- 파주문학동네

여행 중에는 페루 현지 아이들과의 만남이 가장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았었는데 그 감동은 이렇다.

우안차고 해변이라는 페루에서도 남쪽 지역에 위치한 이 곳을 여행할 때였는데 여행 도중 언니와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혼자 마을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혼자라는 부담도 있었고 낯선 이국땅을 처음 밟아 나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낯설고 이지적인 마을 풍경에 매료되어 어느 덧 마을의 가장 높은 언덕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그 곳은 마을에서도 제법 높은 곳에 속했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던 중에 저만치서 어린 꼬마아이 두 명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세 명이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서 있는 근처까지 온 아이들은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 같았으며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말을 걸어왔다. 그 내용인즉슨 어디서 왔으며 당신은 혹시 치나가 맞느냐 였다.

‘치나’는 스페인어를 쓰는 페루인들이 중국 사람들을 칭하며 부르는 말이었는데 나는 아니라고 손사례를치며 꼬레아노라고 대답했다. 한국이 어디인지도 모를 꼬마들이었지만 반가워하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다.

보낸 사람 파주문학동네

순간 대답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던 나는 준비해 간 자그마한 스페인어 회화 책을 꺼내들고
더듬더듬 나를 소개했다. 꼬마들과의 대화라서그런지 부담도 없고 스스럼없이 다가와 준
고마운 마음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나를 불러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는데 그 곳은 성당 건물의 통로 계단이었다.
어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자아이들 셋을 따라 어두운 통로를 올라가려니 순간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아이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니 저 끝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마침내 끝까지 올라간 계단 끝에는 커다란 종과 창 너머로 펼쳐진 태평양 바다…

고마웠어…너희들 절대로 잊을 수가 없을거야…
솔직히 말도 안통하는데
너희들이 나를 성당 꼭대기로 안내해주겠다고 어두컴컴한 좁은 계단통로 입구 문을 열었을 때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했었어.
어린 너희들인데도 약간 무섭기도 했고…그렇지만 나
너희들을 믿은 거 잘한 것 같아.

탁 트인 우안차고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태평양의 바다…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이었고 언니 없이 길을 나설 때의 무거운 발걸음이 한 순간에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이었어.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도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치나냐고 물어오던 너희들을 내가 어떻게 잊겠니!
절대로 때묻지
않은 키작은 천사들아…

내가 치나면 어떻고 꼬레아노면 어떻겠니?
너희들 그 웃음에… 미소에… 눈 녹듯 열리는
내 마음 너희는 알까?
이 다음에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또 갈테니까 우리 그때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너흰 정말 멋진 내 꼬마 친구들이었어!

추신 / 너희들이 찍어준 사진을 한국에 들어와서 인화해보았더니 잘 나왔더라.
이 사진이 안나왔으면 언니가 내 말을 절대로 믿어주지 않았을거야….고마워 천사들!

2003년 5월 어느 멋진 날 우안차코에서.

<파주문학동네 온라인 문집 - 안연주 ⑧>

* 편집자주 : Soy de corea. 한국사람이다 

안연주
파주시청
공직자문학회원
파주사람들